이 글을 쓰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영화였다.
영화 개봉 후 다소 늦은 시점에서 본 영화였지만
개봉 직후 영화관에서 봤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소위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일부 관객들은 내로남불에 대한 내용이라고
질타하는 후기도 많았다
불륜이긴 하지만 박해일과 탕웨이 시점에서
표현되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들의 로맨스를 응원하기도 하지만
찝찝한 마음은 남아있다

해준(박해일)은 처음 서래(탕웨이)를 의심한다
그녀의 집 앞에서 잠복도 하고
그녀가 요양하는 노인도 찾아가곤 한다.
하지만 해준은 그럴 수록 서래에 대한 마음이 커진다.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해준은
밤에 서래를 보며 잠복수사를 하다가
잠에 드는데 잠에서 깬 후 개운함을 느꼈다.
영화에서 연출을 보면
해준이 잠복하면서 망원경을 통해 본 모습에서
직접 현장에 해준이 있는 것처럼 표현되는데
해준이 그만큼 몰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잠복수사를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처럼.
그래서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이 반영된 모습이지 않을까

수면 장애가 있는 해준이 영화에서
깊은 잠을 자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엔 항상 서래가 있었다.
붕괴

해준이 본인이 붕괴되었다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
붕괴의 의미를 잘 모르는 서래는 단어를 찾아본 후
붕괴에 집착하고 그 때 녹음 파일의 제목을
무너지고 깨어짐. 이라고 저장했다
해준은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본인을 자각하자 붕괴되었음을 인지하고
이 관계를 끝내고자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서래는 이 말을 듣고
그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지금까지 서래가 만난 남자들은 모두
서래에 대한 진짜 배려가 없었다.
하지만 해준은 정말 '사랑'을 느끼게 해준
유일한 남자였다
몰래 중국어 회화를 배우는 것,
금연 중에 담배 냄새를 맡으면서도 참는 것,
사건의 전말을 알면서도 눈 감아 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헤어질 결심'의 의미

서래가 이포에 왔을 때
벌어진 사건에서 해준에게 말한다.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해준이 서래를 먼저 좋아했고
헤어질 결심도 먼저 했다.
해준은 자신이 유부남임을 인지하고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여
용의자와의 불륜 관계를 종결하고
이포로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수면 장애를 앓았고
이포에서 서래를 본 순간
그의 마음의 안개가 걷혀졌을까
본인의 헤어질 결심이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더 크게 만들어버린다는 의미가
영화에 잘 녹아들어있었다.

특히, 정말로 헤어질 결심을 한 서래.
본인이 사라지면 사랑하는 해준이 붕괴 상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희생을 선택한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헤어질 결심은 결국 상대의 마음만 더욱 크게 할 뿐이었다.
헤어질 결심은 서로를 단단하게 하는 모순이었다.
첫 사건은 해준의 의심이 계속 진행된 상태에서
결국 증거를 확보하고 범인임을 밝혀내지만
이미 그녀를 사랑하는 해준은
그녀를 도와준다.
이후 이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도 진행되지만
오히려 해준은 그녀가 범인임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진심이 과연 정말로
그녀가 범인임이 밝혀지는 것일까
하지만 두 번째 사건은 첫 사건과 달리
수사 결과가 딱히 공개되지도 않고
영화에 크게 표현되지도 않는다.
해준에겐 더 이상 사건이 중요한게 아니다
서래를 지키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연출도 사건보단 그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들의 이생에서의 사랑은 마침내 끝이 났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항상
인간의 감정에 대한 고찰이 잘 드러난다.
영화에 대한 여러 해석을 즐기고
관객끼리 서로 후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런 영화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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